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움직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정책 하나가 내일의 저축 계획을 바꾸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적 약속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2025년 하반기와 2026년 상반기는 바로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드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24년 만에 이루어지는 금융 안전망의 강화부터, 투자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세제 개편, 그리고 인공지능(AI) 시대의 청사진을 그리는 첫 법률까지. 단순히 신문 기사 속 딱딱한 단어가 아닌, 나와 내 가족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새로운 법규들의 세계로 미리 들어가 보겠습니다.
24년 만의 변화, 예금자보호한도 1억 원 상향
2001년 이후 무려 24년간 '5,000만 원'이라는 상징적인 숫자에 묶여 있던 예금자보호한도가 마침내 1억 원으로 상향 조정됩니다. 이는 단순한 금액의 변화를 넘어,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와 금융 환경 변화를 반영한 필수적인 안전장치의 강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물가는 꾸준히 상승했고 1인당 국민소득은 몇 배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파산했을 때 국가가 보장해 주는 돈의 액수는 그대로였죠. 이 때문에 많은 국민이 불안감 속에서 돈을 여러 은행에 쪼개 예치하는 '금융 유목민' 생활을 하거나,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서 보았듯 작은 위기에도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번 한도 상향은 이러한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제 은행, 저축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에 예치된 예금, 적금, 보험금 등은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해 '1인당, 1개 금융기관' 기준으로 최대 1억 원까지 보호받게 됩니다. 이는 국민 개개인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금융시장 전체에는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는 더 이상 5,000만 원이라는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안정적인 자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입니다.
투자자라면 주목, 금융투자소득세 D-DAY
2026년의 투자 시장을 이야기할 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수년간의 논의와 유예를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애를 태웠던 이 제도는, 예정대로라면 2026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물론, 완전 폐지를 둘러싼 정치적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 2025년 하반기는 그야말로 투자 시장의 향방이 결정될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금투세의 핵심은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발생한 연간 수익이 일정 금액(국내 상장주식 기준 5,000만 원)을 넘을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22%~27.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 개인 투자자의 국내 상장주식 매매 차익은 비과세였지만, 금투세가 도입되면 새로운 과세 체계가 열리는 셈입니다. 이 제도의 도입은 단순히 세금을 더 내는 문제를 넘어, 투자 전략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합니다. 여러 상품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손익통산'과, 올해 발생한 손실을 최대 5년간 이월해 미래의 이익에서 공제받는 '이월공제'가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025년 하반기 투자자들은 금투세 시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합니다. 만약 시행이 확정된다면, 비과세 혜택을 누리기 위한 연말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는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투자 상품이나 전략이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금투세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한 단계 높인다는 명분과, 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그 운명이 결정될 2025년 하반기는 모든 투자자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시간입니다.
AI와 공존의 시작, '인공지능(AI) 기본법' 시대의 개막
챗GPT의 등장 이후, 인공지능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닌 우리의 업무와 학습, 일상 속에 깊이 파고든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선도적인 '인공지능(AI) 기본법'을 제정하고 2026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갑니다. 이 법은 AI라는 강력한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또 어떻게 안전하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첫 번째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AI 기본법은 크게 두 가지 방향성을 가집니다. 첫째는 '진흥'입니다. AI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여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둘째는 '신뢰성 확보'입니다. AI 기술이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의 공공선을 해치지 않도록 윤리 원칙을 세우고, 고위험 AI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채용이나 대출 심사처럼 개인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영향 AI'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그 운용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고, 데이터 편향성 등을 최소화하며, 사람이 관리·감독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이는 AI가 내린 결정에 대해 국민이 설명을 요구하고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보장하는 첫걸음입니다. '우선 허용, 사후 규제' 원칙을 기반으로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으면서도, AI의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입니다. 2026년부터 우리는 AI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을 누리는 동시에, 그 기술이 윤리적이고 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AI 시대의 진정한 서막은 바로 이 법의 시행과 함께 열릴 것입니다.
2025년 하반기와 2026년은 이처럼 우리의 금융 생활과 투자 환경, 그리고 다가올 미래 사회의 규칙을 바꾸는 중요한 제도들이 본격적으로 뿌리내리는 시기입니다. 금융 안전망 확대, 새로운 세금 제도의 등장, AI와의 공존 규칙 마련 등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는 변화입니다. 지금부터 이러한 변화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비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정책 변화에 가장 관심이 있으신가요?